전자도서관에서 상위권에 올라와 있는 소설 책 중 제목이 흥미를 끄는 책을 일단 대출했다.
다운받고 나서, 이 책의 작가 '정이현'의 이전 소설이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것을 검색해서 알게 되었다.
<달콤한 나의 도시> 책 제목은 들어본 적이 있다.
정이현, <너는 모른다> 문학동네, 2009.12.08
▼ 책 정보는 여기에
어떤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각각 구성원의 숨겨진, 약간은 기형적인 이야기가
소설이 진행되면서 차곡차곡 드러나게 된다.
아버지 김상호, 어머니 진옥영, 첫째 딸 김은성, 둘째 아들 김혜성, 셋째 딸 김유지
진옥영의 친구 밍, 김상호가 고용한 사립 탐정 문영광.
이런 가족이 실제로 존재할 것이라 생각을 하지만,
나는 참.. 김상호의 선택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거의 소설 마지막까지 긴박함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최근 읽은 몇 권의 현대 한국 작가의 소설들이 만족스러운 편이라서, 이 작가의 이전 소설도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0. 가족 구성원 소개
진옥영은 한국출신 화교로 한중 사이에서 (어떤 종류의) 무역업을 하는 김상호와 재혼.
첫째 딸 김은성과 둘째 아들 김혜성은 김상호와 첫째 부인(미숙) 사이의 아이
막내인 김유지(98년 8월 5일생)는 진옥영의 아이로, 바이올린 전공.
이들은 방배동 서래마을 하이밸리에 산다.
아니, 어떤 집안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웠길래 (네!!! 김상호씨!!)
김은성과 김혜성 아이들 마음에 이렇게 결핍된 것이 많고 불안정하며,
유치원, 초등학생 어린 아이들도 성인 사회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그렇게 폭력적이고,
김유지가 마음 기댈 곳 없어서 본인 블로그에 댓글 달아준 익명의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직접 찾아간다는 그 설정도 이해가 가서 마음이 아프다.
1. 사건
김유지 실종
→ 김상호는 딸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려 하고,
'어떤 범죄사건에 대해서 민간 차원의 조사'를 담당하는 P.I.A.(Private Investiagation Administrator)
-JAMES MOON 문영광을 고용한다.
2. 진옥영
김유지가 실종되던 당시, 가족에게는 친정인 대전에 방문한다고 거짓말하고 타이베이에 간 상태였다.
목적은 밍을 만나기 위해.
이 소설에서 김유지가 "김상호의 아이가 아니다"라고 단정지어 표현하는 부분은 없지만,
소설 중반부터 김유지는 '진옥영'과 '밍' 사이의 아이라는 뉘앙스가 나타난다.
문영광이 진옥영에게 사람을 붙여서 조사하다보니, 밍의 얼굴이 김유지와 닮았음.
3. 김은성
방배동 집에서 살지 않고 외부에서 자취를 한다.
아버지 김상호를 싫어하며, 이전에 (장난식으로) 이복 동생(김유지) 납치를 하여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돈을 뜯어내자는 식으로 남자친구 강재우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4. 김혜성
의대에 합격을 했으나, 예1 중반부터 돌연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비교적 정상적으로 보이는 가족 구성원인 것처럼 보였으나, 소설 후반부에 자동차 방화를 했단 사실이 드러난다.
이 아이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듯..(맴찢)
이 아이가 가장 열성적으로 김유지를 찾기 위해 애쓰며 다닌다.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마지막이야, 정말로.
..
견딜 수 없는 충동, 익숙하고 낯선 충동이 겨드랑이를 타고 오른다.
불꽃으로 일렁이는 종이뭉치를 그곳, 낮게 웅크린 자동차 밑으로 휙 던져넣는다.
5. 김유지 (맴찢...)
김유지는 유치원 때부터 친구가 없었다.
* 유치원에서
하지만 엄마는 짱깨였고 엄마의 딸인 아이도 짱깨였다. 짱깨가 아닌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였다. 그것이 폭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이었다.
* 초등학교에서
아이의 어깨를 가만히 짚고서 "너, 바이올린을 정말로 좋아하니?"라고 묻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근데 우리 엄마가 너랑 친하게 지내지 말래."
"너네 엄마, 세컨드라고."
누가 뭐라 해도 결단코 바뀌지 않는 것을 진실이라고 부를까? 알 수 없었다.
"김유지는요, 우리 반 '따'였어요."
/
그래서, 결국 마음의 편안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클래식 관련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여기에서 유일하게 블로그 포스팅의 내용에 답글을 달아주고 교감하는 사람(하울카)을 만나게 된다.
타르티니의 G단조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었다. 그 곡의 부제는 '악마의 트릴'이었다.
1713년. 스물세 살의 젊은 작곡가 타르티니는 악상이 떠오르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악마를 만난다. 악마는 타르티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해온다. 그의 영혼을 팔면 아름다운 음악을 주겠다는 것이다. 타르티니는 이 교환에 응해 제 영혼을 판다. 그러자 악마는 그가 처음 들어보는 놀랍도록 황홀한 선율을 연주한다.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미친 듯이 기억을 되살려 받아 적은 음악이 바로 <악마의 트릴>이다.
그것이 '그'의 첫번째 리플이었다.
Hálka. 하울카. 하늘을 나는 얼음이란 뜻. 아이슬란드에는 얼음을 뜻하는 단어가 많아요.
비탈리의 <샤콘느>
많은 사람들이 그 곡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으로 꼽곤 했다.
그것을 야샤 하이페츠의 연주로 올려두었다.
비탈리의 <샤콘느>를 하이페츠의 연주가 아니라 오이스트라흐로 들어보라고 권해준 것도 하울카였다.
실종된 일요일, CCTV를 돌려보았을 때 일요일 오후 3시 15분경 유지 혼자 집을 나갔다.
사실, 유지는 이 날 안산중앙역까지 '하울카'를 만나러 간 것이다.
마지막에 유지를 찾는 것으로 나오는데, 여기에서 아마 어떤 사고를 당하고 수술 후 병원 입원 상태였던 것 같다.
아이가 최초로 발견된 곳은 청주와 조치원 사이의 국도변. 유지가 사라진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새벽이었다. 이미 생명이 흔들리는 상태였다. 근처 대학병원에서 응급 뇌수술을 받았다.
6. 김상호
처음부터 아이의 실종을 숨기려 하고, "가족에게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고 거짓말하고!" 실제로는 실종신고를 하지 않는다.
아이의 실종을 아예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하는 그 심리의 배후에는 무엇?
겉으로는 '케이앤케이 통상'이란 이름의 사장을 포함해 직원 세 명이 근무하는 조그마한 오퍼상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나,
손님과 약속장소를 잡기 위해 '서초동 맛집' 같은 걸 검색하는 일도 잦았고, 그러다가 '김치찌개'가 맞는지 '김치찌게'가 맞는지 괜히 찾아보기도 했다.
오후 5시 반, 직원들이 퇴고나면 그의 본격적인 업무 시작
실제로는 장기밀매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에치 플러스 에이비형
여덟 달 하고 반쯤 되었을 겁니다.
수백 개의 신장을 밀수했고, ..., 조금이라도 싱싱한 심장과 폐를 구하기 위해 중국인 교도관에게 적잖은 뇌물을 주었다.
본인 아이의 실종이 자신의 장기밀매업과 관련이 있다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신고를 안 하고 버텼던 것이다. 결국 유지 실종 후 1달이 지나서 김혜성이 경찰에 신고를 한다.
아니 대체 왜 신고를 안 해?
◎ <너는 모른다> 소설 속, 기록하고 싶은 문구
"운을 빼앗아가는 인간과 운을 가져다주는 인간이 따로 있다는 말이 맞았다."
/
어느 날 갑자기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고 서로를 마냥 보듬어주기만 하는 가족은 없다. 가족 구성원들은 분열하고 싸우고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라 몹시 바쁘다.
어른의 폭력에 희생당하거나 어른으로부터 버려지는 아이는 수많은 예술작품 속에 등장한다.
...
아동범죄의 다수가 부모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에는 대부분 침묵한다. 드물게 그런 내러티브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창작자들은 피해아이를 그 부모의 입양아나 의붓아이로 설정한다.
아이가 피해자인 사건에서 괴로움을 호소하는 친부모를 동정의 눈으로 일별하고 말아서는 결코 안 되었다. 인간은 추악하다.
/
대한민국에서는 하루 평균 164명의 사람들이 사라진다.
/
집을 나가는 데 자발적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나이가 열네 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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